UndergroundArtChannel:::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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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편한 지하공간을 만나다


<불길한 저음> 공연을 현장 중계하는 모습

[현장] 언더그라운드아트 문화공간 오프도시OFF°C 개관
컬춰뉴스
김해진 _ 공연에세이스트

얼굴과 손발을 하얗게 칠하고 묵묵히 김치 속을 빨갛게 채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질펀하게 바닥에 앉아 정감 있게 김치를 담그는 것이 아니다. 다리가 긴 탁자 앞에 서서 그릇 위의 배추를 도마로 옮겨와 빨갛게 속을 채우고 다시 옆 그릇에 옮기는 ‘공정’을 거치고 있다.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인 역시 탁자 앞에 서서 쉬지 않고 노래를 한다. 영상이 끝나갈수록 둘의 표정은 피곤해진다. 이 둘은 끝까지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을 것인가.

언더그라운드아트 문화공간 오프도시OFF°C(이하 오프도시)가 지난 13일 공식 개관했다. 12~14일 3일 동안 연이어 열린 개관 기념행사에서는 비디오 상영전 및 미디어 퍼포먼스, 사운드 퍼포먼스, AV 파티 등이 다채롭게 열렸다. 마지막 행사일인 14일 찾아간 오프도시에서는 큐레이터와 코디네이터가 일일이 지하를 찾아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목을 축이라고 쥬스도 건네고 오프도시 로고가 찍힌 붉은 색 때밀이 수건도 건넨다. 자그마한 공간이 살가워진다.

‘미디어아트’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차갑고 건조한 인상이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여기에 ‘언더그라운드’가 붙고 보니, 묘하게도 마음이 풀어진다. 언더에서 속 편해지는 지하인간이 한 명 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말붙이는 영상 <별이되고싶었어>(김장 퍼포먼스_박경주, 2006)가 지하인간들을 웃게까지 만든다. 하얗게 표백이라도 한 듯한 인상으로 연신 무뚝뚝하게 김치를 담그던 검은 복색의 사람은 베트남 여인에게 김치를 먹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매워”라며 안 먹겠다는 이에게, “아이를 낳으면 절대로 베트남 말은 가르치지 말라”, “김치를 먹어야 이 나라 사람이 된다”는 둥 서슬 퍼런 말들을 쏟아낸다. 노래하던 여인은 난처하고 곤혹스럽다.

김치 그릇의 양 끝을 서로 붙잡고 잠시 마주보던 이 둘은 팽팽한 접전을 뒤로 한 채 다시 맨숭맨숭한 얼굴로 돌아와 웃음을 자아낸다. 박경주의 시선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곧게 찌르는 힘이 있다. 공존하는 문화와 그 사이에 부박하게 끼어든 ‘~인 체’, ‘~이 되어야한다는’ 태도가 또 다른 캐릭터처럼 되살아나는 풍경이었다.  

<루프 더 루프>(차이와 반복2_김연정, 2008)는 연쇄된 화면구성 자체로 조용히 말을 건다. 끝없이 엮이고 교차되는 화면들은 희끄무레한 색감을 지녔다. 화면 안에서 화면들이 떠다니고, 도시들이 떠다니고, 여러 장소가 떠다니는 풍경. 고정된 영토가 아닌, 흔들리며 오가는 다면화된 흐린 땅들을 보여준다.

<침묵(1,2,3,4)>(흑표범)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호흡하는 위태로운 모습, 구두를 넣고 찌개를 끓이는 모습, 클로즈업된 오이 썰기 등 시각적으로 강렬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리내 외치는 듯한 이 영상의 제목이 역설적이게도 <침묵>이다. 전체의 리듬을 만드는 것은 “앙, 두, 트와, 캬트흐”라고 차분히 프랑스어로 숫자를 세는 목소리였다.  

이어서 사운드 퍼포먼스 <불길한 저음>이 공연됐다. 마이크, 전자악기, 기계 등에 입력하고 접속한 소리들이 전선을 타고 흘러나와 뒤섞였다. 소리 난장이 끝나자 “앵콜!”과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익숙한 멜로디와 리듬,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닌, 기존의 그 익숙함을 뒤집어 엎는 다른 소리였기 때문이다. 노이즈 혹은 귀 아픈 소리로 명명할 수도 있는 이 소리 퍼포먼스가 끝나자 한 관객은 “그런데 저 안에도 주고받는 나름의 약속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방금 전 연주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나서였다. 김곡, 박승준, 장선진, 최준용, 홍철기, 마이클 오클리 등이 활동하는 <불길한 저음>은 자신이 내는 소리와 함께 다른 소리도 함께 살피며 바로 그 현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리의 물량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후반부에 이르러 고조되던 소리의 몸부림은 그대로 연주자들의 몸부림이기도 했는데, 불길하지는 않았다. 관객들은 진지하게 지켜보다가 웃곤 했다.    
  
늦은 밤의 파티를 남겨둔 채 관객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 처음만난 사람들끼리의 인사, 현 정국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오프도시를 채우고 있었다. 이 날의 공연 현장은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아트 채널에서 방영됐다. 그래서 좁은 공간을 누비는 카메라가 ‘지켜보는 시선’이 아닌 ‘매개하는 통로’로 여겨졌다.

윤미나 오프도시 큐레이터는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과 오프도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앞으로도 계속 함께 진행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 그동안 이런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적어주셨다. 누워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친숙하고 편안한 미디어아트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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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6&title_down_code=005&article_num=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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